Pianovella의 음악 에세이 '피아노랑 살다'
세상에는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이 정말 많다.
필자는 학창 시절 피아노를 전공하였고 예술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지만 국립음악원에 재학 중이던 21살의 어느 날, 잦은 손가락 부상과 그로 인해 심각해진 무대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꿈의 길에서, 도망쳤다.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의 꿈과 목표만 바라보았던 내게 일탈이란 결국 음악이라는 큰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작곡 공부를 하면서 늘 피아노 곁에 있으면서도 어떤 부담감이나 강박관념 없이 조금은 가볍게(?) 피아노를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새로운 공부는 언제나 설레고 즐겁지만, 새롭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낯선 감정들 앞에서 곧 크고 작은 고비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그러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당연한 듯 피아노를 붙잡고 고개고개를 넘어가며, 마침내 깨달았다.
"도망친 자의 후회". 피아노 연주는 여전히 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하나였고 비록 '나는 도망쳤지만 네가 날 떠나면 안 될 것 같아'라는 매우 이기적인 마음일지라도 분명하게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피아노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복병, 히든카드처럼 나타나 죽어있던 내 기(?)를 살려주며 기회를 가져다주었고, 힘들고 외로울 땐 존재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어 준 친구였다.
시간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지금, 변함없이 내 곁에는 14살 때 만나 기다림의 시간을 포함해 장장 28년 동안 함께 고생한 나의 소중한 피아노가 있다(사람과 사물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조금씩이지만 바쁜 일상 속 틈을 내어 다시 연습을 하기 시작했는데 '예전처럼은 안되지, 당연히.'라는 부정적인 마음만 먹었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사람은 용기 내어 노력하면 아주 작은 변화일지라도 언제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이 블로그를 통해 클래식 음악과 피아노, 그리고 존경하는 연주자들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좋아하는 만큼 더 깊이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카테고리 제목은 <내겐 너무 특별한 피아니스트>. 학창 시절 처음으로 전문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 준, 한마디로 필자의 마음에 열정의 불을 지핀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단 한 번의 연주를 위해 혹독한 인내와 피나는 노력으로 일상을 채우며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세계의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앞으로 음악과 피아노 안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포스팅하는 음악여행 에세이 블로그로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글도 쓰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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