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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특별한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by pianovella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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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아르헤리치

 

'피아노의 여제, 건반 위의 활화산'. 20세기와 21세기를 걸쳐 가장 유명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살아있는 거장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1941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님은 교육열이 높았고 유년 시절의 피아노 교육은 주로 어머니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아주 혹독하게 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8살 때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데뷔한 그녀는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져 15살에 모든 테크닉을 마스터하였다. '프리드리히 굴다', '아르투르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등의 거장들에게 레슨을 받으며 유럽 각지에서 연주회를 열었고, 1957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하며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1960년대, 아르헤리치가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보여주었던 그녀의 연주 스타일은 대단한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강력한 타건, 화려한 기교, 남자들이 무색할 만큼의 파워, 특히 그녀의 연타와 옥타브 테크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필자가 예술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4년, 내한공연에서 그녀가 파워풀한 터치로 피아노 줄을 끊어먹은(!)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당시 우리 반 피아노 전공 학생들은 모두 아르헤리치의 팬이었는데 그 일화로 인해 그녀를 더욱 추앙하게 되었다. 멋있어서!^^).

 

1965년, 24세에 참가한 제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그녀의 쇼팽 연주에 나타난 정열적이고 당돌한 해석은 기존의 쇼팽 해석과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굉장한 화제 및 논란이 되었다. 지금 들어보아도 상당히 신선한 충격인 것은 확실하다. 그녀의 속주 또한 매우 유명한데, 보통 연주시간이 30분 정도인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를 26분 만에 끝내버리는 등 많은 곡의 연주 길이가 다른 연주자들보다 조금씩 더 짧다. 이처럼 그녀의 연주 스타일은 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녀가 20세기 후반기를 대표하는 거장 연주자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레퍼토리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인 바흐부터 바르톡, 프로코피예프 등의 현대음악까지 다양하고, 공연 레퍼토리를 보면 쇼팽, 슈만,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낭만파 작곡가들의 작품을 즐겨 연주하며 라벨의 곡도 많이 연주한다.

특히 아르헤리치는 각종 실황 음반 및 스튜디오 음반을 왕성하게 남긴 피아니스트이며 발매한 대부분의 음반들이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와 함께한 1982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특유의 몰아치는 듯한 빠른 템포와 강렬한 해석이 돋보인다)은 실황임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최고의 테크니션답게 전혀 미스터치가 없다는 것이 충격적일 만큼 놀랍다. 그 외에도 리스트 소나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등 낭만주의 시대의 어려운 곡들에서 실력이 빛을 발한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슈만과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등 그녀가 연주한 대부분의 낭만주의 레퍼토리는 클래식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20세기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는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굴다의 제자답게 고전주의 레퍼토리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이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3번 역시 매우 우수한 리코딩이며 바흐의 영국 조곡이나 슈만의 어린이 정경과 같은 소박한 연주에서도 맑고 또렷한 음색으로 내공을 보여준다. 스카를라티 소나타 K.141의 연주는 연타 테크닉으로 유명한데 그녀의 앙코르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주 활동 이외에도 그녀의 행보와 관련해 알려진 일화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쇼팽 콩쿠르이다.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그녀가 자신이 주목하던 '이보 포고렐리치'가 중간에 탈락하자 강하게 항의하고 위원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당시 우승자는 베트남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

 

또 그녀가 각별히 아끼는 한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43살의 나이 차이를 초월한 우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만 16살의 주목받던 신인 임동혁을 눈여겨보고 데뷔 음반을 낼 수 있도록 후원했으며 이들은 1997년에 첫 만남을 가진 이후로 20여 년 간 여러 무대에 함께 올라 연주하며 현재까지도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그에게 반한 건 그가 실어 나르는 감정들이 유난히 내 심장을 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경이로울 뿐이에요. 처음 만났던 열다섯 소년이었을 때 이미 그런 연주를 했거든요."(마르타 아르헤리치 인터뷰 중)

 

1980년대 이후 그녀는 독주보다 협주나 실내악 연주에 매진하고 있는데, 일전의 인터뷰에서 '독주할 때는 많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다만 공연과 별도로 피아노 독주 음반은 종종 나오고 있으며 협주에서도 좋은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실내악 음반으로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하였으며 2016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과 음반을 발매하기도 하였다.

 

올해 여든 살인 아르헤리치의 기교는 놀랍게도 전혀 녹슬지 않았고 여전히 최정상급의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세련되고 거침없는 테크닉을 변함없이 구사하며 더욱 깊어진, 진실된 음악성을 보여준다.

2022-2023 시즌 협연 스케줄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라벨과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해 체력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리스트 1번, 프로코피예프 3번, 차이코프스키 1번, 쇼스타코비치 1번 등과 같은 대곡도 포함되어 있다. 또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과 듀오 앨범 및 여러 콘서트 연주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의 한 명인 리빙 레전드 마르타 아르헤리치. 그녀의 지치지 않는 피아노 연주에 대한 열정, 백발에 풍성한 머리칼을 흩날리며 등장할 때의 그 카리스마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로 경외심까지 들게 하는 그녀의 무대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9년,아르헤리치와 임동혁의 듀오 공연 포스터(출처: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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