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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특별한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

by pianovella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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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키신

 

<내겐 너무 특별한 피아니스트> 포스팅의 두 번째 주인공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특히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고 열광했던 그 이름도 유명한, 예브게니 키신이다.

두 살 때 처음 피아노를 연주, 6살에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학교 입학, 10살 때 이미 모차르트 협주곡으로 데뷔 공연을 가진.. 말 그대로 '신동' '천재'였던 그는 11살 때 첫 독주회를 가졌으며 10대 후반의 나이에 이미 세계적인 프로페셔널 아티스트가 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1971년 10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인텔리 집안에서 태어난 키신은 두 살 무렵부터 열 살 위인 누나의 레슨 장면을 보며 음악적 감각을 익혀갔고 누나가 피아노로 치는 바흐 푸가 주제 선율을 따라 부른다든지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머릿속에 외운 선율을 건반에 옮겨 연주한다든지 하는 매우 놀랍고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음악 교사였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능이 예사롭지 않음을 깨닫고 6살 때 그네신 음악학교에 데려가 곧장 음악교육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키신의 재능은 영재 음악 교육의 대가, 그의 첫 스승이자 유일한 스승이 된 안나 칸토르 교수에 의해 섬세하게 다듬어져 갔다. 

 

전 세계적으로 키신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건 그야말로 '전설'의 연주인 1984년 3월, 드미트리 키타옌코와 협연한 쇼팽의 협주곡(1번과 2번) 무대였다. 빨간 스카프에 모차르트의 신동 시절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모습으로 연주하는 실황 앨범의 재킷은 너무나도 유명하며 카네기홀 실황과 더불어 키신의 유명세를 강력하게 심어준 음반이다. 키신은 이미 피아노 신동의 이미지라는 굴레를 탈피해 중견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시절의 어린 키신 연주를 훨씬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은 것 같다. 특히 이 음반의 경우 쇼팽의 협주곡을 마치 모차르트와 같은 맑고 투명함으로 대하고 있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학창 시절 필자는 직접 레코드샵에 가서 이 앨범을 샀는데 얼른 집으로 돌아가 연주를 듣고 싶은 마음에 얼마나 두근두근 설렜는지 아직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러시아 유학시절 친구에게 이 음반을 빌려주었는데 시간이 지나 돌려받지 못하고 필자가 학교를 옮기는 바람에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ㅜㅜ) 그 후 키신의 새로운 음반은 나오는 대로 모은 용돈을 탈탈 털어 바로바로 구매했을 만큼 거의 모든 앨범이 세계적으로 대 성공을 거두었다.

 

1988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송년 콘서트에서 키신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는데 이 연주는 방송으로도 소개되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실질적으로 카라얀이 남긴 마지막 기록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주빈 메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젊은 대가의 행보를 시작했다.

키신은 워낙 신동으로 유명해서 현재 이름이 알려진 피아니스트 중에서는 피아노 콩쿠르에 단 한 번도 나가지 않은 드문 경우에 속한다(콩쿠르에 나갔더라도 분명  순위권 안에 들었을 테지만). 그만큼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것과 별개로 상당히 연습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상 노력하고 성실해서 기복이 없는 연주를 하며 레퍼토리 또한 굉장히 넓어서 어떤 작곡가의 곡을 찾아도 키신의 연주가 있다. 

 

키신은 운지법은 독특하다.팔꿈치로 부터 손가락 끝까지를 거의 일자가 되게 내리누르듯 연주하는데 칸토르 여사는 이 마저도 키신이 느끼는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법임을 알고는 억지로 교정하지 않았다. 현재 어느 누구도 키신의 독특한 운지법과 보통스럽지 않은 자세에서 흘러나오는 연주가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도 키신의 주법들을 보며 많이 흉내 내려 했던 경험이 있는데 키신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키신은 SNS나 그 외 미디어를 통한 노출이나 인터뷰 등을 최소한으로 조절하고 오직 피아노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데 일가견에서는 너무 피아노 건반에만 집착하는 듯 보이는 그의 이미지를 답답해하지만 한 분야에 대한 지독 하리만큼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에 관해서 그 누구도 이견을 내지 못한다. 이처럼 단단하게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을 지닌 예브게니 키신의 위상은 그가 음악가로서 매우 '단순하고 성실하며 꾸준한'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를 정확히 재현하며, 작고 하찮게 보이는 음표들이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메시지를 누구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그의 해석은 매우 강한 설득력을 띤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연뿐 아니라 키신의 음반은 구매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받은 음반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2006년 스크랴빈, 메트너,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집으로 받은 그래미상 최우수 기악 솔로 연주상, 탁월한 해석으로 극찬을 받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 연주는 2009년 그래미상 최우수 기악 솔로 연주(협주 부문)상을 안겨주었다. 

 

키신의 연주는 빠르지만 극도로 정확한 아티큘레이션을 지향하며 바흐에서 슈만, 리스트, 쇼팽,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바흐를 연상시키는 본인이 작곡한 인벤션에서 그의 경이로운 테크닉과 해석의 깊이를 가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건강한 감미로움, 중용적인 템포감, 풍부한 감성 등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그는 어느 곡에서도 이미 테크니션의 경지는 넘어선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쇼팽 즉흥곡의 최고 연주로 예브게니 키신의 연주를 꼽았다. 임윤찬은 "쇼팽 즉흥곡은 어릴 적부터 많이 쳐봤던 터라 익숙했는데, 우연히 선물 받은 키신의 앨범을 듣고선 기절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건반의 터치에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섬세함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곡 자체의 아름다움과 서정성이 키신의 아름다운 해석을 만나 이보다 어떻게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라면서 "같은 연주자로서 경의를 표하고 싶다"라고 했다.

세대를 아울러 최고의 연주로 존경받는 이 시대의 거장으로 거듭난 예브게니 키신.  요정 외모의 예쁜 신동 피아니스트는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최고의 장점으로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주자로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키신은 국내에서도 엄청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수많은 팬들은 그의 내한을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며 실제로 앙코르 곡을 다 못 듣고 나가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로 많은 앙코르 곡을 연주해주기로 유명하다. 필자 역시 40대 이후의 더욱 깊어진 그의 연주를 직접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을 그날을, 그의 관객에 대한 마음을 듬뿍 담은 앙코르곡을 끝까지 듣고 감상문을 쓸 수 있을 그날을 기다린다. (카테고리 '공연리뷰' 계획 중^^)

 

1984년 키신 12살 때,쇼팽 피아노 협주곡 실황연주 앨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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