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탄 코치슈
헝가리 태생의 작곡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편곡자, 지휘자, 교사, 작곡가, 저널리스트, 수필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졸탄 코치슈는 1952년 5월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5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어릴 적부터 비범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11세에 부다페스트에 있는 벨라 바르톡 음악원(죠르지 치프라, 애니 피셔 같은 대가들을 배출한)에 입학,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6세가 되던 1968년에는 역시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 입학하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팔 카도샤와 페렌츠 라도슈에게 사사하면서 정통파 피아니스트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졌고, 18세 때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헝가리의 라디오 방송에서 수여하는 베토벤 상 까지 수상하며 그 해에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1971년에는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타임스의 헤롤드 C. 숀버그(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평론가)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1973년 최연소의 나이로 헝가리 음악 문화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리스트 상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삼총사
코치슈는 데즈 랑키, 안드라스 쉬프와 함께 피아노계의 '헝가리 삼총사'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다.
세 사람은 1950년대생, 헝가리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 출신,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피아니스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세명의 피아니스트가 일제히 두각을 나타내면서 피아노계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특히 젊은 여성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외모도 미남인 데다 음악적으로도 활기차고 건강한 느낌을 주어서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1977년, 그는 자신이 존경하던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와 함께 공연하면서부터 한층 성숙된 연주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매우 감각적이고 예리하며 풍부한 감성에 유연함까지 더해진 그의 연주는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바흐, 모차르트, 바르톡에 한정되어 있던 레퍼토리 또한 낭만주의 음악에까지 넓혀갔다. 그가 가진 세련된 감각과 힘을 겸비한 테크닉은 특히 리스트, 바르톡, 드뷔시 등의 연주에서 더욱 빛이 났다. 이렇게 음악적 역량과 열정을 성실하게 쌓아가던 코치슈는 홀로 유럽에 진출했고 여러 나라에서 가진 연주회들이 호평을 거두며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었다.
음반
피아니스트로서 코치슈는 수많은 음반을 남겼는데, 알베르트 시몬이 지휘하는 리스트 음악원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피아니스트 데즈 랑키와 협연한 모차르트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라벨의 <마 메르 르와>, 브람스의 <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이 있다.
또 클래식 팬들과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피아노 협주곡 중의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필자는 코치슈의 연주로 이 곡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에도 드 바르트의 지휘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 1번(1982년 녹음)과 2번(1984년 녹음)이 수록되어 있는 음반이었다. 피아노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14살이었던 필자는 용돈을 모아 CD를 사면 해당 연주자의 스타일에 푹 빠져서 마르고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와 비교해보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1악장 도입부의 템포가 코치슈의 연주처럼 원래 그렇게 빠른 줄 알았다. 필자에겐 코치슈의 라흐마니노프 연주 스타일이 기준이 된 것이다. 후에 악보를 보며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들었을 때 그가 특별히 빠른 템포로 연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은 곡을 연주자들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며 정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코치슈의 라흐마니노프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격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야성미가 넘치는 매우 개성 있는 연주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스피드와 기교, 정확한 터치와 큰 스케일을 가진 연주를 하는 그는 완벽한 테크닉을 가져야만 가능한 해석과 표현들을 자유롭게, 그러나 절제하며 세련되게 연주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다. 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나 쇼팽의 왈츠 작품들을 들어보면 정말 가슴이 뻥 뚫리 듯 후련해지고 시원하다.
다양한 활동
1983년, 지휘자 이반 피셔와 공동으로 부다페스트 음악제 오케스트라를 창립하여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였고, 1987년부터 피아노 독주, 실내악, 오페라 등을 작곡하며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케이지 스타일의 교향시 <체르노빌'86>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고 1997년에는 헝가리 국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써 미국 각지에서 순회공연을 가졌다.
피아니스트로서 1990년에 녹음한 드뷔시 <영상>은 그라모폰 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문화장관이 수여하는 예술 문예 훈장 기사 작위(2002년), 코슈트 상(2005년)도 수상하였다. 도쿄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 겸 솔리스트로 협연(2012년), 2014년에는 우리나라의 수원 화성 국제 음악제에서 헝가리 국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공연을 하였다.
어린 시절 류머티즘열을 앓았던 일을 계기로 1990년 이래 매년(생전) 그의 생일에 개최되는 자선 공연의 수익금을 '국제 아동 안전 서비스'에 전달하기도 했다. 음악 칼럼니스트로서 1982년부터 1년간 편집자로도 활동하였다.
20세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위대한 피아니스트 졸탄 코치슈. 2016년 64세라는 아쉬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이제는 음반으로만 만날 수 있는 연주자가 되었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명반들과 연주 영상 자료들은 세계의 클래식 팬들과 예술가들의 가슴속에 진한 향기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졸탄 코치슈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연주가 담긴 CD이다. 헤어스타일부터 눈빛까지 강렬한 느낌을 주는 앨범 재킷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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