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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특별한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

by pianovella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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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폴리니

 

생명력 있는 터치, 완벽한 테크니션 

 

비르투오소의 기량과 다양하고 대담한 레퍼토리,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연주를 들려주기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아르투르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정통 피아니스트의 계보를 잇고 있는 연주자이다. 요즘 신세대 피아니스트들의 잇따른 등장으로 조금 바랜 감이 있지만 '폴리니'라는 이름은 여전히 음악팬들에게 하나의 신화와 같은 존재이며 특히 필자에게도 폴리니의 <쇼팽 에튀드> 음반은 마치 생애 첫 '한글 교재'처럼 '정답'과 같은 완벽한 연주로 남아있다. 화려한 테크닉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음악성을 지닌 피아니스트를 말할 때 마르타 아르헤리치, 머레이 페라이어 등과 함께 항상 회자되는 피아노의 거장이다.

1942년 1월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건축가인 지노 폴리니(1930년대 이탈리아에 모더니즘 건축을 처음 들여온)와 레나타 멜로티(이탈리아의 조각가 파우스토 멜로티의 여동생)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5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13세까지 카를로 로나티에게 배웠고, 1953년에 밀라노에서 첫 공개 연주회를 가지며 18세까지 카를로 비두소에게 사사하였다.

일찍이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였던 그는 195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어린 나이로 2위에 입상하였고,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하여 작곡과 지휘도 공부했다. 밀라노 음악원을 졸업한 후 1959년 이탈리아 세레뇨에서 열린 에토레 포졸리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특히 1960년, 18살의 나이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6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은 "여기 심사위원 중에서 그 아이만큼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말하며 감탄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폴리니가 EMI에서 녹음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매우 시적이면서 동시에 아주 정교하고 치밀해서 한마디로 빈틈이 없는 완벽한 연주였다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정확한 연주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1963년, 런던 데뷔 무대 후 그는 "음표, 그다음 음표를 제대로 연주하는 데에만 집착하며 달려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연주회보다 공부와 레퍼토리를 넓히는 데에 집중하며 미켈란젤리,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에게 가르침을 받아 실력을 키워나갔다. 특히 미켈란젤리의 영향으로 정교한 테크닉과 감정적으로 절제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칭찬과 동시에 오히려 틀에 박히고 냉정한 연주자가 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공부와 휴식을 위한 기간을 거쳐 1968년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다시 데뷔한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협연 후 탁월한 기술과 아름다운 음색으로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1974년에는 일본에도 데뷔했고 이후부터 세계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레퍼토리

 

폴리니의 레퍼토리는 모차르트, 베토벤과 같은 고전 작품에서부터 슈베르트, 쇼팽, 슈만, 리스트, 브람스 등의 낭만 작품은 물론 현대음악 작곡가인 쇤베르크, 불레즈(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그는 작품을 예리하게 읽고 기본부터 엄격하게 응시하여 설득력이 풍부한 연주를 하며  '어떻게 작곡가가 원하는 음악에 접근할까'를 의식하고 악보에 충실히 접근한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음악에 대한 해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피에르 불레즈, 칼 하인츠 슈톡하우젠, 지아코모 만초니, 루이지 노노 같은 현대 이탈리아 작곡가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연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자세는 현대 음악에 생소한 많은 청중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며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음반

 

1971년부터 굴지의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10년간 음반을 녹음했는데 거의 모든 음반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1980년에 발매된 <쇼팽 에튀드 전곡집(24곡)>은 완벽하고 깔끔한 테크닉으로 극찬을 받았고 철저히 지킨 악상과 강철과 같은 터치를 기억하는 전 세계의 음악 팬, 음악 전공자들에게는 교과서적인 연주로 아주 유명하다. 피아니스트가 가져야 할 모든 기교를 테스트하는 이 작품에서 그에게 난해한 기술이란 없어 보인다. <쇼팽 에튀드 전곡집>과 함께 <쇼팽 전주곡 전곡집> 역시 경이로운 음반으로 남아있다. 쇼팽 폴로네이즈, 베토벤 소나타 전곡, 쇼팽 야상곡(2007년 그래미상 기악 부분 수상)과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 제1권 등 녹음에 의욕적이었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은 20세기 역사적 명반으로 꼽히고 있으며 2014년에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베토벤 소나타 op.31,49를 발매하며 1975년부터 시작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마침내 완성하였다. 2002년에는 60세 생일을 기념하여 13개 CD로 구성된 <폴리니 에디션>을 발매하기도 했다.

폴리니의 터치는 차가우면서도 빛이 나는 듯한 음색을 자랑하는데 이 완벽하고 현란한 테크니션의 이미지가 때로는 감정적으로 다소 냉정하고 건조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쇼팽을 필두로 성실하게 녹음을 진행하면서 '기교 주의자'로서의 자신에게 스스로 과감히 변화를 주며, 한층 성숙하고 무르익은 피아니즘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내한공연

 

2022년 5월 처음으로 내한해 예술의 전당에서 두 차례 공연할 예정이었던 폴리니의 공연은 건강 문제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의 내한 공연 소식으로 20세기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의 한국 공연 기록이 완성되기를 기대했던 국내 팬들에게는 매우 아쉬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올해 80세인 살아있는 거장의 고귀한 연주를 눈앞에서 직관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 시간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의 바람처럼 폴리니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젊은 날의 영리한 연주에서 원숙한 피아니즘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우리치오 폴리니. 30대 시절에 이미 대가였던 자신의 한계를 넘어 끊임없이 성장하는 대가 중의 대가다운 그의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2022년 첫 내한공연 소식을 알렸었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사진: 마스트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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