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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특별한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임윤찬, Yun Chan Lim

by pianovella 202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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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내겐 너무 특별한 피아니스트]는 원래 필자가 피아노를 전공하던 학창 시절에 영향을 받은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을 소개하며 포스팅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피아노에 푹 빠져서 현재 활동하는 젊은 신예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보고 듣는 요즘, 소름이 돋을 정도로 특별하게 다가오는 훌륭한 음악가들이 정말 많아서 그들의 음악과 연주를 공부하고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떠오르는 신예 피아니스트들도 꾸준히 함께 포스팅할 것이다.^^

 

임 윤 찬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최근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통해 세계를 놀라게 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다. 그는 2004년 3월 20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태어나 7살 때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권유("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이기도 했지만, '수영, 태권도, 피아노'중에서 결국 피아노를 선택한 임윤찬 역시 이미 피아노와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피아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다른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에 입학하였고, 11살이 되던 해에 금호영재 콘서트로 데뷔하며 일찍이 음악 영재로써의 행보에 기대감을 높였다. 

 

예원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한 그는 재학 중에도 삼익 콩쿠르, 예원 음악콩쿠르, 수리 콩쿠르, 음악춘추 콩쿠르, 음악저널 콩쿠르 등 국내 유명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더니 2018년에는 세계적인 주니어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위 및 쇼팽 특별상 수상, 쿠퍼 국제 콩쿠르 3위(최연소)및 청중상 수상, 2019년 당시 15세의 나이로 참가한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뛰어난 실력의 형, 누나들과 경쟁해 당당히 최연소 1위 및 청중상에 해당하는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특별상, 박성용 영재특별상까지 수상하며 대회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수석으로 입학하였던 예원학교를 역시 음악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서울예고에 진학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거쳐 한예종 음악원(대학교 과정)으로 바로 진학하였고 스승 손민수를 사사하기 시작하였다.(예고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 긴 통학시간 때문에 피아노 연습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심상치 않은 속도로 어린 나이에 크고 작은 커리어를 연속해서 쌓아가던 임윤찬은 2022년(올해) 6월,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인 18세의 나이로 우승을 한 것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피아노 경연대회로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올해로 창설 60년을 맞은 전통 있는 콩쿠르로써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퇴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버금가는, 북미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이다. 필자 역시 유튜브 생중계로 파이널 라운드를 시청했는데, 그가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순간부터 무척 긴장한 동시에 직감했던 것 같다. '오늘 세계적인 클래식계 스타가 탄생한다. 역대 콩쿠르 사상 레전드가 될 만한 연주를 할 것 같다.'라고. 필자뿐만이 아니라 그의 연주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한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필자가 거의 오열하면서 감상했던 결선 2라운드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고 결국 예상했던 대로, 아니 그보다 더 충격적으로 훌륭한 연주(지휘자 마린 알솝까지 눈물짓게 만든)를 보여주며 우승 그 이상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사실 그의 우승은 앞선 준결승에서 테크닉적으로 매우 어렵기로 유명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연주했을 때부터 예상되긴 했었다.) 파이널 라운드 협주곡 2곡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임윤찬은 최연소 우승, 1위에 해당하는 금메달과 2개 부분 특별상(청중상, 신곡 최고 연주상)까지 수상하며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던 그의 눈부신 재능이 드디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별명은 시간여행자. 바른 인성과 깊은 사고력을 가진 피아니스트

 

평소 말주변이 별로 없는 것이 고민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의 걱정과는 달리 '반 클라이번 콩쿠르' 이후 그가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임윤찬 어록'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승 후 외신 인터뷰에서도 "나는 커리어에 대한 야망이 없다. 원래는 산속에 들어가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렇게 하면 수입이 없기 때문에 연주를 하는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번 콩쿠르에 출전한 계기도 성인이 되기 전 자신이 음악적으로 얼마나 성숙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우승했다고 달라진 건 없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연습하겠다." (임윤찬)

 

평소에도 하루 12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는 지독한 '연습 벌레'로 유명한 임윤찬의 겸손함과 성실함, 그리고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소신 있는 발언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스승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준 스승 손민수 교수에게 매 인터뷰마다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임윤찬을 12세 때부터 지도해 온 손민수 교수(한예종)는 "윤찬이는 순수하게 음악만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어린 소년이다."라며 제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은 그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에 대해 손 교수는 "무대에서 돌변한다기보다는 음악에 빠져든 순간 무아지경에 이르는 것 같다. 윤찬이는 어떤 곡이든 혼자서 그 작곡가와 대화하면서 음악의 흐름을 따라간다. 수업 전 준비를 철저히 해 오고 알려주는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스타일이고 매우 성실하다. 윤찬이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로, 아무리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굽히지 않고 음악에 진실되게 혼을 담아낸다. 그 마음을 존경한다. 피아노 세계에 큰 획을 긋는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라고 전했다. 또한 손 교수는 임윤찬에게 음악에 관한 가르침뿐만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얘기를 늘 해주면서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말해주고 있다고 한다.

 

학구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바흐, 쇼팽, 스크랴빈을 손꼽았다. 테너 유시 비욜링,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 러셸 셔먼, 이그나츠 프리드만, 블라디미르 소프로니트스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콰르테토 이탈리아노 같은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고,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단테의 '신곡'>을 빠짐없이 찾아 읽으며 내용 전체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임윤찬 신드롬의 영향으로 단테 알리기에리의 대표작 '신곡'의 판매량도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진 6월 18일 이후 한 달간 1.9배 늘었다고 한다.

 

첫 실황 음반과 전속계약, 활발한 연주활동 기대

 

유니버설 뮤직은 최근 임윤찬이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베토벤'황제'교향곡 등이 담긴 공연 실황 음반이 1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공식 플래티넘 앨범으로 등극했다고 밝혔다.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유명 공연장과 최정상 오케스트라들의 초청도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1월에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도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적인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인 IMG 아티스츠(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머레이 페라이어 등이 소속된)와의 전속계약이 이루어지며 앞으로 유럽과 북미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예정이다.

임윤찬의 연주는 감동적이다. 깊고도 넓은 우주로 초대하는 듯한 그의 음악과 연주는 숨쉬기 힘들 만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온통 뒤흔드는 것 같다. 건반 위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손가락과 작은 몸짓 하나도 모두 예술적이며 그의 손끝에서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듯한 음표들 속에선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내면세계가 강한 연주자,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재능을 지닌 이 귀하게 빛나는 피아니스트가 진심으로,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좋은 음악과 연주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의 연주 모습. (사진:클라이번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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