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트리포노프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다닐 트리포노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공연과 앨범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 중 한 명이다. 악마와 같은 테크닉과 타고난 음악성으로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를 휩쓸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다닐은, 1991년 3월 5일 구 소련의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클래식 작곡가인 아버지, 음악 선생님인 어머니, 합창단 지휘자였던 할머니, 노래를 했던 증조부까지 가족 모두 전문 음악인이었던 환경 속에서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다닐은 7세 때 첫 솔로 리사이틀을 가졌고, 8세 때는 오케스트라 협연 데뷔를 했을 정도로 피아노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좀 더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위해서 2000년에 가족 모두가 모스크바로 거주지를 옮겼고, 모스크바의 유명한 음악학교인 그네신 음악학교에서 타티아나 제릭만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나가던 중 2009년에 제릭만의 추천으로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콩쿠르 사냥꾼
별명이 '콩쿠르 사냥꾼'일 정도로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17세 때 제4회 스크랴빈 국제 콩쿠르 5위를 시작으로 제3회 산 마리노 국제 콩쿠르 우승 및 칙 코리아 상 수상, 2010년 유로비전 영 뮤지션스의 7명의 결승전 진출자, 제16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 3위, 2011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1위, 같은 해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퇴출)에서 피아노 부문 우승과 함께 피아니스트 최초로 전체 부문 그랑프리(대상)를 수상하며 단숨에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당시 2위는 우리나라의 손열음, 3위는 조성진이었다.)
쇼팽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3위를 한 것은 나 자신이 덜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라며 많은 것을 느끼고 다음 콩쿠르를 준비했다고 한다. 당시 쇼팽 콩쿠르와 루빈스타인 콩쿠르 둘 다 나갔던 이유도 이 두 콩쿠르의 경연곡이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는 인터뷰 속에서 그의 겸손함과 음악에 대한 성실한 자세가 여실히 나타난다.
연습
어린 시절부터 연습할 때 건반을 보지 않고 연습하기도 하고, 연습량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다닐은 그래도 하루에 8시간을 넘기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 날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하는 오전 연습이 자신의 가장 집중력이 높은 시간이라고 한다.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 이외에도 혼자 무대 위 피아노 앞에 앉아 다음 공연 곡을 연습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워낙 레퍼토리도 많고 공연도 많은 그에게 결국 쉬는 시간이라는 것은 다음 공연 곡을 연습하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공부하는 시간인 것이다. 실제로 그는 13살 때 왼손을 다쳐서 3주 동안 연습하지 못했던 때를 제외하고, 하루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언제나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있고 실력 향상이 멈춰서는 안 되기 때문에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연할 때 긴장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자신에게 긴장감이란 곧 책임감이자 집중력이고 공포가 아닌 공연에 대한 기대와 흥분감에서 오는 기분인 것 같다며 평소에 수영과 요가 등으로 꾸준히 체력을 관리해 긴장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성격과 연주 스타일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연주를 마치고 빨리 백스테이지로 사라지는 편인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즐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팬들을 비롯한 동료, 주변 사람들에게 무척 친절하다고 알려져 있다. 주변에서 그를 표현할 때 'generous(너그러운, 관대한)'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며 음악과 관련된 상황에서는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도 솔직하고 적극적이다. 팬들의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준다고 한다. 그와 함께 일한 음악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길, 다닐은 항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들고 오며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러시아의 전통을 따르는 피아니스트라고 평한다. 연주할 때 컬러 또한 굉장히 특이하고 내면적으로 연주하는 것 같지만 한순간 폭발하는 것 같은, 때로는 위태로움이 느껴질 정도로 열정적인데 자신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상태라는 점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차별화된다고 한다. 지휘자 앨런 길버트는 다닐을 '세기에 한 명 나올 정도의 천재'라고 평했다.
학구적인 음악가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는 연주자다.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연주하기 위해 음악의 역사적 배경, 그 작곡가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들, 오페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 문학, 영화, 그림 등에도 관심이 많다. 그가 한 작곡가와 한 시대의 단면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학구적인 음악가라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연주자의 콘서트를 자주 관람하며 공연에 대한 느낌을 나누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레퍼토리
비슷한 또래의 피아니스트에 비해 눈에 띄게 양도 많고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를 아우르는 곡들 포함). 음악학자인 피터 퀀트릴이 피아니스트 매거진에 기고한 인터뷰에 따르면 라흐마니노프, 후기 바흐, 슈톡하우젠 모두를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피아니스트는 다닐 트리포노프뿐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탁월한 연주 실력을 갖췄는지 알 수 있다. 리사이틀과 협연, 실내악, 가곡 반주, 실황 앨범, 실내악 음반이 여러 장 출시되었으며 음반 역시 또래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콩쿠르 우승 이후 쉬지 않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고 유명 페스티벌의 초청, 음반 발매 등으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건반의 여제'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그의 연주는 기술적으로 믿을 수 없이 놀랍다. 건반 위의 터치는 부드럽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지금껏 이 같은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그의 연주는 뛰어난 재능과 깊은 해석으로 '젊은 거장'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한 시즌 동안 다양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매 공연마다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세계 주요 공연과 음반으로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할 그의 빛나는 음악적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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