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성 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사상 최초로 2015년에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명실공히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 연주자이며 이제 라이징 스타에서 거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필자는 2015년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교를 쇼팽 콩쿠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조성진의 아름다운 연주를 들으며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벽에 유독 태동이 활발했던 우리 둘째에게 목소리로 생중계를 하며.. 행복했던 추억을 갖고 있다.^^)
1994년 5월 28일 서울에서 태어난 조성진은 5세까지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고 한다. 6세 때 친구들을 따라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처음 시작했고 7세 때는 바이올린도 함께 배웠다. 10세 때 바이올린과는 다르게 앉아서 연주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피아노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후 그의 재능을 알아본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박숙련(순천대 인문예술대 피아노학과) 교수에게 사사하였다.
12세 때 음악춘추 콩쿠르 1위 입상을 시작으로 각종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금호 영재 콘서트 데뷔, 음악세계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예원학교에 입학하여 신수정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2008년 15세 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1위 수상,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및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하며 본격적으로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기 시작했다. 2011년 서울예고 2학년 재학 중에 당시 결선 진출자들 가운데 최연소로 화제를 모으며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3위를 수상했다(당시 2위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원래 만 18세 이상이 참가할 수 있었던 이 콩쿠르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조성진을 콩쿠르에 참가시키기 위해 연령을 만 16세로 낮췄다고 하니 그 재능이 얼마나 놀라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2년부터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서 수학하였고 2015년 10월에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아시아인으로는 3번째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리나라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콩쿠르 당시 예선부터 본선 1차, 2차, 3차, 결선에 이르기까지 기복 없이 매 라운드를 압도적인 기량과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정작 본인은 예선 때 어떻게 연주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 많이 긴장했다고 우승 후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워낙 경쟁을 싫어하고 잠을 설칠 정도로 예민해지기 때문에 콩쿠르 참가를 좋아하지 않는 그는, 더 이상 콩쿠르에 출전하지 않아도 되어 기쁘고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얻게 된 점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콩쿠르 우승 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협연을 하였고, 2017년 여름이 지나고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겼다.
연주 스타일
조성진은 완벽한 테크닉과 충실한 기본기, 그리고 놀라운 응용력까지 가진 연주자라고 평가받는다. 청중들은 지나치게 화려하기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 깔끔한 느낌으로 연주하는 그의 스타일을 매우 좋아한다. 필자 역시 조성진은 과함이 없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그 안에 열정이 살아있지만 억지로 표현하지 않는, 듣고 또 듣고 싶은 중독성 있는 연주를 한다고 생각한다. 깊이가 있지만 넘치지 않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연주를 들려주며, 그 나이에 하기 힘든 곡에 대한 깊은 해석과 마음을 움직이는 표현력에 전율이 느껴진다.
보통 피아니스트들이 독주회가 외롭고 쓸쓸해서 협주를 더 선호하는 것과 달리 조성진은 독주회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계의 대중화에 대해서는 "대중의 클래식 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더 바란다."는 견해를 드러냈는데 클래식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일반 음악팬들이 보다 많아지기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2016년, 1년 만에 귀국하여 콩쿠르 우승 후 서울에서 열린 첫 공연에서 그는 아이돌의 인기를 방불케 할 정도의 열광적인 관심을 받았고 완벽한 연주를 보여주며 팬들의 관심과 응원에 보답했다.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이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그를 쇼팽과 연관 짓지만 그는 쇼팽 콩쿠르,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기억되기보다 폭넓게 연주의 영역을 확장해가기를 원하며 30대에는 브람스 연주에도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음반
세계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쇼팽 콩쿠르 실황 음반은 국내 음반차트에서 1위까지 오르며 한국 클래식 음반 사상 전례가 없는 대 기록을 세웠다. 지휘자 지아난드레아 노세다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쇼팽의 발라드 전곡 음반(2016),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3번 '달빛'(2017), 지휘자 야닉 네제-세겡 의 지휘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소나타들(2018),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 베르크 /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슈베르트 6개의 악흥의 순간 op.94(2020),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스케르초(2021) 등 그의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열정적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앨범들이 있다.
필자는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멋진 연주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이 벅차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의 귀한 연주를 들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하다. 피아노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밝은 미래를 언제나 한결같이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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