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라스 쉬프
오늘의 포스팅은 오는 11월 6일과 10일에 있을 내한 공연 소식을 알려와 더욱 반가운, 헝가리 출신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이다. 쉬프는 앞서 포스팅했던 졸탄 코치슈, 그리고 데즈 랑키와 함께 '헝가리의 피아노 삼총사' 중 한 명이다.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 바흐와 베토벤 등 고전주의 음악의 대가로 손꼽히는 그는 1953년 12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5세 때부터 엘리자베스 바다슈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어린 시절 런던으로 건너가 조지 맬컴으로부터 쳄발로를 배우기도 했으며 1968년에 헝가리로 돌아와 리스트 음악원에 입학하여 팔 카도사, 죠르지 구르탁, 페렌츠 라드슈에게 사사하였다. 1973년 헝가리 국립 방송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였고,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우리나라의 정명훈의 2위 입상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1974년 제5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하였다. 이듬해 열린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도 3위를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연주 스타일과 레퍼토리
쉬프는 어느 작곡가의 작품이든 깊이 연구하여 지적이고 정교한 연주로 '피아노의 교과서'라 불려진다. 작품 전체의 구성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 또한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평가받고 있다.
레퍼토리 또한 바르톡에서 시작해 낭만파, 근대 피아노 작품까지 폭넓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쇼팽, 바르톡 등을 연주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2004년에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차례로 연주하여 유럽 순회공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쉬프의 슈만 연주를 좋아한다. 안정된 테크닉과 유려한 음악의 흐름, 그리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슈만의 낭만적인 정서를 연주에 가득 담아낸다. 그는 연주자들 중에서도 특히 집중력이 높고 뛰어난 연주자임에 틀림없다.
리코딩과 수상경력
1970년대 후반부터 많은 녹음을 남겼다. 특히 <인벤션과 신포니아>,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등 바흐 리코딩이 특히 많은데 1980년대에 녹음한 바흐 해석에 대해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열의와 깊이 있는 해석으로 극찬을 받은 반면 개성이 없다는 비난도 받았다. 텔덱, 데카, ECM 등 굴지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했고 ECM 리코딩 가운데 베토벤과 야나첵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 슈만 피아노 독주곡집,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등이 호평을 받았다.
수상경력 또한 화려하다. 바흐의 '영국 모음곡'과 테너 페터 슈라이어와 함께 녹음한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음반으로 그래미상 기악 독주 부문과 보컬 리코딩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바르톡 상,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니스트) 기념 메달뿐만 아니라 가장 뛰어난 헝가리 출신 인물에게 수여하는 코슈트상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협연자이자 지휘자
실내악을 좋아했던 쉬프는 1989년부터 1998년까지 매년 잘츠부르크 인근에서 열리는 '몬트제이 음악 주간'의 예술감독을 맡아 이끌며 음악계에서 찬사를 받았고 1995년에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와 스위스에서 함께 만들었던 실내악 페스티벌 'Ittinger Pfingstkonzerte'의 예술감독으로서 현재까지도 활동 중이다. 1999년, 자신의 챔버 오케스트라인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를 창단했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독일 '마이마르 음악제'의 아티스트로도 활동했다.
지휘자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관현악곡과 피아노 곡들을 지휘하고 협연할 예정이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지휘자이자 협연자로 초청받으며 누구보다 바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4년 만의 내한 공연
'한국 방문은 언제나 큰 즐거움'이라 말했던 쉬프가 4년 만에 내한한다. 2001년에 영국 국적을 얻는 그는 피렌체와 런던에 거주하며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그가 오는 11월 6일 서울 롯데 콘서트홀, 그리고 10일 부산 문화회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특이한 점은 연주회 전에 작곡가 이름 외에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일 공연장의 음향, 관중 등을 고려해 레퍼토리를 선택하고 직접 소개한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청중에게 더 나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앞서 포스팅했던 피아니스트 그리고리 소콜로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라두 루프처럼 안드라스 쉬프 역시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라 불리며 많은 연주자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도 매우 적극적이며 몇 차례 내한했을 때마다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한국의 유망한 연주자들과 인연을 맺어왔다.(김선욱, 조성진, 문지영, 김수연 등 모두 현재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며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들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쉬프는 콩쿠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한국 연주자들에겐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어요. 경이로운 일이며, 이들은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하죠. 경쟁시켜서는 안 돼요.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내 소중한 친구 정명훈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래전, 둘 다 우승하지 못했던 콩쿠르에서 만났어요. 자, 보세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지휘자가 되었는지!" (안드라스 쉬프)
또 그는 "오늘날의 청중은 50년 전에 비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교육과 정보가 더 적은 세대" 라며 "학교에서 음악적 훈련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정에서도 매우 적은 음악을 경험하며 자란다."며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적은 현시대의 청중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언제나 진지한 태도로 자신의 음악 인생을 겸손하면서도 우아하게 펼쳐나가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만큼 4년 만에 성사된 그의 내한 공연이 필자에게도 너무나 반갑고 더욱 귀중하게 느껴진다. 투명한 음색으로 연주홀을 가득 채울 이 시대 피아노의 거장의 연주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음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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