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누 리파티
요절한 천재 피아니스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일찍 별이 된 디누 리파티는 루마니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그는 5년여에 불과했던 솔리스트 활동 기간 동안 간결하고 아름다운 연주로 전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천재 뮤지션으로 칭송받으며 진한 인상을 남겼다.
리파티는 1917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났다. 4세 때부터 음악가인 양친에게 기초 음악 교육을 받았고, 어린 나이에 부쿠레슈티 음악원에 조기 입학했다. 1934년에 빈 국제 콩쿠르에 참가하여 2위를 차지하였는데 당시 그의 1위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심사위원을 사퇴한 알프레드 코르토의 권유로 파리로 건너가 그에게 사사하였다. 1936년에 본격적으로 연주 무대에 데뷔했고 1943년부터 조국을 떠나 제네바에 거주하며 연주생활을 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루마니아로 귀국했다가 나치를 피해 스위스에 숨어 지내며 그곳에 정착하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30세도 채 되지 않은 나이로 유럽 각지에서 연주 활동을 시작하여 대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지만 청천벽력 같은 '백혈병'진단을 받으며 병마와 싸우게 되었고 33세의 나이로 요절하여 그 커리어가 이어지지 못했다.
연주 스타일과 레퍼토리
그의 연주는 굉장히 조절이 잘 되고, 서정적이며 시적인 표현과 정리된 지적 표현이 훌륭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된다. 레퍼토리는 스카를라티, 바흐에서 시작되어 고전, 낭만, 근대에 걸쳐 다양하지만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그는 몇 명의 작품, 그리고 같은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연주했다. 특히 쇼팽의 연주로 유명하며 바흐, 슈베르트의 작품에서도 개성 있으면서도 깊은 조성 표현으로 균형 잡힌 연주를 들려주었다. 쇼팽 왈츠 전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바흐 파르티타 1번,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등이 그가 집중적으로 연주했던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귀한 연주는 음반을 통해 오늘까지도 수많은 피아니스트들과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병마 그리고 마지막 리사이틀
본격적으로 연주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된 리파티는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5년여간 무대에 섰지만 결국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1950년 9월 16일 프랑스 브장송에서 열린 리사이틀 무대에서 그의 지정 레퍼토리인 쇼팽의 왈츠 중 마지막 왈츠 2번을 끝까지 연주하지 못하고 힘든 표정을 지으며 연주를 멈춘 채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의사와 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진통제를 맞고, 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강행한 마지막 리사이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흐의 BWV 147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을 연주하며 자신의 마지막 연주를 차분하게 마무리하였다. 브장송에서의 이 마지막 리사이틀 실황은 음반으로 남아있는데 끝내 연주하지 못한 쇼팽의 왈츠 2번과, 앙코르곡이었던 마지막 바흐의 곡은 현장에 있던 리코딩 엔지니어들이 연주를 멈췄던 리파티가 다시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아쉽게도 녹음되지 못했다.
고결한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
리파티는 브장송에서의 마지막 리사이틀 후 3개월이 채 안되어 33세의 젊은 나이로 제네바의 교외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불치의 병이었던 백혈병과 싸우면서도 마지막까지 팬들과의 약속,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완벽했고 그가 불태운 마지막 예술혼은 너무나도 귀하고 고결하다. 30세에 이미 완성된 음악가였던 디누 리파티. 그의 연주는 병으로 인해 어딘가에서 연약함이 느껴질 수도 있으나 테크닉 적으로 전혀 흠잡을 곳이 없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아름다움의 결정체와 같이 고귀하게 빛난다. 그래서 그 굉장한 실력을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가 일찍 별이 되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고 슬프다. 마지막 콘서트 실황 음반에 담긴 그의 연주는 극도로 힘들고 아픈 상황에서도 영롱하게 연주장을 가득 채웠음이 느껴졌고, 보이진 않지만 디누 리파티와의 이별을 예감한 관객들의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과 존경심 또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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